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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추억

정종명 1 269 0

유년의 추억

    - 오일장 가는 날 / 정종명

푸르름이 여물어 가는 칠월

유년의 기억이 

음침한 뒷골목 같은 산모롱이 *나름 터 신작로를 따라 

여린 바람이 추억의 앨범을 들추고 있다

엄니는 전날 해 질 녘 장거리를 하셨다

콩밭 열무가 맛이 올라 

연한 배 맛이라며 빙그레 미소 지으시고

나는 엄니 따라 길을 나셨다 

지게에 열무 네댓 단 지고서

쉬엄쉬엄 걸어야 지치지 않는다고

초장 머리 서두르면 쉬 지친다는 

그 말뜻 모르고 깨금발이 춤춘다

달달한 사탕 몇 알 얻어먹을 꿈에 부풀어 마음만 저만큼 앞서가고,

햇살이 눈을 부라리며 더위를 끌고 와

지게 위에 앉으면

땀으로 얼룩진 얼굴에 때 고장 물 낄 때 **송정장에 닿는데 어느새 샘솟는 힘

만물상 같은 시장 바닥 구경 신바람에 더위도 지침도 잊고 이 골목 저 골목, 돌아와야 할 고단함도 안중에 없는 오일장의 묘미.

2021.   07.   03.

*철마 장전리에서 송정오일장 가는 구 도로에 있는 고개 이름

**부산 기장 철마 송정리에 위치한 오일장 이름

1 Comments
아무리
회고해도
유년기는 아름다워라
배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