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연
숙연
古松 정종명
길가 줄지어선 소복의 상주들
어미의 죽음을 애도하여
숨죽여 흐느끼는 숙연한 모습
엷은 실바람이 지나가며
귓속말로 위로를 건네면
끄덕끄덕 목례를 하고
늘어선 운구행렬이 마치
국상을 치르는 듯 끝이 없다
보슬비 내려 슬픔을 나누면
옴팍한 눈 가득 눈물이 고이고
부모님 삼년상 치르는 옛 풍습
사라진지 오래인데 상주의 비통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어미의 유언인지 몽실몽실
모여 앉아 나누는 아름다운 대화가
황홀하여 눈이 부시고
벌들이 문상 와 부지런히 곡을 하며
부산을 떨면 꿀물을 대접
하는 예의를 차린다
상을 치르고 소복을 벗는 날까지
밤낮 손님 맞는 저 가냘픈 효심.
2020. 0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