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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외출

정종명 1 244 0

아버님의 외출 (1,391)

                           고송 정종명

하늘에 해 밝힌 허구한 날
쉼이란 단어는 고급스러운 숭배의 언어였다

한나절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삿날 열 손가락 꼽기도 모자란 일뿐인 삶

묵은 떼 씻고 머리엔 기름 발라 가르마 타고 철 지난 양복 입으시고
거울보고 또 보시고 옅은 미소에 헛기침하시며 삽짝 나서시던 발걸음 가벼웠다

밤낮 일해도 살림은 그 자리 맴돌고
자식들 뒷바라지 못해 흘린 눈물 강을 이뤘다

새벽같이 돌아와 지게를 친구 삼아 들로 산천을 헤매며 일궈놓은 논밭엔 풀 한 포기 뿌리내리지 못했던
바지런한 성품에 남은 건 골병뿐

자식들 배 굶기지 않으려 부르튼 발바닥 아픔 삼킨 그 고통
가신 뒤 깨달아 먹먹한 가슴.

2021.   05.   08.

 

1 Comments
지난 아픔은
그리움입니다
그러나
진솔한 고백입니다
배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