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날
엄마의 봄날 (1,390)
고송 정종명
보자기에 보리밥 한 덩이 된장 한 숟가락 허리에 차고
산나물 뜯으러 집 나서는 걸음
무거웠다
긴긴해 집에서 끼니도 걸러야 할 자식들이 가슴에 차돌보다 무겁게 누른다
산천을 헤매며 신세 한탄 노동요 읊조리다 목이 매이는 시간 옹달샘에 앉아 식은 보리밥 덩이 땀에 비벼 넘긴다
땅거미가 산길을 덮어버린 시간
집으로 가는 길, 머리에 인 나물 보따리 무게에 발길 더디고
어둠 드리워진 집안 가득 적막이 흐르는데 허겁지겁 밥 지어 늦은 저녁밥에 주린 배 채운 자식들 보며
온종일 산천을 누비며 지친 엄니의 만면에 웃음꽃 퍼진다.
2021. 05.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