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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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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생애 (1,386)


                        고송 정종명



마른 오징어를 보면 가여운 생각에

울컥 눈앞에 안개가 덮인다


젊은 날 얇은 내 주머니 속의 

지갑이 연상되어 쿰쿰한 기억이

되살아 나고


먹물같이 참담했던 빈곤은 미로처럼

나아갈 길을 빙빙 감아 버렸지


거친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 가는 몸

백지장처럼 흰 분을 발라 한껏 멋을 부리지만 갈기갈기 찢길 운명


거룩한 성자처럼 공중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곡예에 들떠 있다


가냘픈 가수의 트롯 노래에 맞추어

뜨거운 불판 무대 위에서 한바탕 춤을 즐긴다


별빛 찬란하고 음악 흥청거리는 장미꽃 같은 방에서 구수한 음담패설

넘치는 밤의 바다를 유영하며

환생을 꿈꾸고 있다.


2021.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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