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여자
비운의 여자 (1,367)
고송 정종명
귀염 받고 자란 살림밑천 큰딸
내게 시집와 자신을 지워버린 삶
오직 남편 위한 더부살이
지지리 복 없는 가녀린 여자
비단같이 부드럽고 호박처럼
순수한 심성에도 앞섶엔
짠 눈물의 얼룩 한숨에 말랐다
나보다 나를 더 깊이 헤아리는
자신을 묻어버린 여인
제 이름 석 자도 잃어버린
희생이 제 몫인 양 으쓱하던 어깨
가난과 우환이 네 죄라고
가슴 치며 아파하는 순진한 당신
세상 멍에 다 짊어진 나약한 어깨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통증
세월의 강은 흘러 흘러 제 생일도
잊어버린 혹독한 시련에도 쓰러지지 않은
아내이자 엄마인 여자
그런 비운의 여자 지워버리고
새로 피어난 장미꽃처럼 예쁜 아내로
새로이 태어나게 해주고 싶다.
2021. 0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