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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문장

정종명 2 245 0

나라는 문장 (1,366)


                          古松 정종명



서산으로 기운 해의 꼬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여다본다


나라는 한 권의 사전이 벽에 기대어

서서 우드 커니 빗살을 읽고 있다


듬성듬성 책 읽는 소리가 귀속에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하얀 포말로 말을 걸어온다


사방에 기둥이 된 채 선 책의 표지가

눈의 중심을 붙잡지만 사전 속의 낱말들은 

어둠에 덮여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지만 책갈피 속의 

해석은 삽화처럼 정겹다

나라는 문장을 풀지 못해 영어의

몸이 된 사전은 무거운 침묵에 쌓여

압사된 것 같다


검은 표지에 덮여 동면에 든 곰 같은

나의 문장은 새 학기엔 누군가 책장을

넘겨 잠을 깨울 것이다. 


2021.   03.   19.

2 Comments
좋은 계절에
책들은 가까이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배람합니다.
정종명 2021.03.21 08:02  
학리 시인님

반갑습니다
책은 영원의 친구이자
내 삶의 안내자 길잡이지요.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