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을 줄 모르는 기억
늙을 줄 모르는 기억 (1,334)
古松 정종명
섶다리 옆 오두막집 순이는
요단강 건넌지 오래이고
탱자 울타리 집 옥이는 꼬부랑 할미
되어 거동이 어렵다는 소문
요놈의 기억은 이팔 청춘 그대로
도통 늙을 줄 모르고
불현듯 가슴팍을 콕콕 바늘처럼
찌르며 그리움의 짠물을 찍어낸다
옥양목 검정치마 흰 저고리
봉긋한 젖가슴 생머리 찰랑거리던
옥이는 어디 사는지
수십 년 전 안부 듣고 적막한 세월인데
어제인 듯 생생한 기억은 살아
죽지도 않다
잔병치레 많던 난 아직도 건재한데
건강하던 친구들 앞다퉈 먼 길 가고
어릴 적 고향마을 도래도래 이웃에
같이 큰 동무들 함께 보낸 살가운 기억들은
그 시절을 불러 모은다.
2021. 0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