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작의 독백
詩 작의 독백
고송 정종명
며칠째
첫 줄을 채우지 못한 채
지워진 언어는 어디에 묻혔을까
기억의 저편엔 쓰이지 못한 죽은 언어들이 수북수북 쌓여 갈 것이다
첫 줄이 매끄럽게 열려야 뒷글들은 기차 고삐처럼 아니 고구마 뿌리처럼 줄줄 따라붙을 텐데
애매한 첫 줄들이 詩 작 노트에 어지럽게 늘려있다
숱하게 들어오는 중매에 도통 합을 맞출 수 없어 갈라서기 일쑤다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고도 멋쩍은 첫 줄이 수두룩하다
때가 대면 철새도 돌아오는데 이놈의 시어들은 어디서 길을 묻고 있을까?
그 흔한 언어 중에 궁합 맞는 시어를
찾지 못한 한심한 시인
어쩌다 반반한 언어를 만나 말을 붙이면 성격이 맞지 않는 인연
간신히 눌러 앉혀 놓으면 뜻이 달라 이어가지 못하고
어설픈 첫 줄의 문장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말을 끌지 못한다.
2020.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