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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작의 독백

정종명 0 171 0

詩 작의 독백


                               고송 정종명



며칠째 

첫 줄을 채우지 못한 채

지워진 언어는 어디에 묻혔을까

기억의 저편엔 쓰이지 못한 죽은 언어들이 수북수북 쌓여 갈 것이다


첫 줄이 매끄럽게 열려야 뒷글들은 기차 고삐처럼 아니 고구마 뿌리처럼 줄줄 따라붙을 텐데

애매한 첫 줄들이 詩 작 노트에 어지럽게 늘려있다


숱하게 들어오는 중매에 도통 합을 맞출 수 없어 갈라서기 일쑤다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고도 멋쩍은 첫 줄이 수두룩하다


때가 대면 철새도 돌아오는데 이놈의 시어들은 어디서 길을 묻고 있을까?

그 흔한 언어 중에 궁합 맞는 시어를

찾지 못한 한심한 시인


어쩌다 반반한 언어를 만나 말을 붙이면 성격이 맞지 않는 인연

간신히 눌러 앉혀 놓으면 뜻이 달라 이어가지 못하고


어설픈 첫 줄의 문장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말을 끌지 못한다.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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