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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내의 고독

정종명 0 152 0

게으른 사내의 고독


                           고송 정종명



부스스 선잠 깬 채 눈을 감고 이불 밖 공기에 

주눅 들어 고개만 내밀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달팽이 더듬이처럼


나이 들면 새벽잠이 없다는데

비껴간 말 유독 아침잠 많은 삶이었다


며칠째 씻지 않은 노숙인처럼 얼굴은

얼룩소 거죽 같은데 가슴에

양 무릎을 붙여 새우처럼 움 크렸다 폈다 

유일한 운동이다


중년 사내의 일과는 늘 주일 예배 마친 

텅 빈 교회 같은 허전함이 베여있다


조물주가 인생을 혼자 왔다 홀로 가게 만든 

만큼 고독이 나쁜 것만은 아닐 터

무던히 연습해도 갈 땐 서툰 것을


게으른 탓 주어진 세 끼도 챙기지 못하고 

고독만 씹는 업보에 비실비실.


2020.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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