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내의 고독
게으른 사내의 고독
고송 정종명
부스스 선잠 깬 채 눈을 감고 이불 밖 공기에
주눅 들어 고개만 내밀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달팽이 더듬이처럼
나이 들면 새벽잠이 없다는데
비껴간 말 유독 아침잠 많은 삶이었다
며칠째 씻지 않은 노숙인처럼 얼굴은
얼룩소 거죽 같은데 가슴에
양 무릎을 붙여 새우처럼 움 크렸다 폈다
유일한 운동이다
중년 사내의 일과는 늘 주일 예배 마친
텅 빈 교회 같은 허전함이 베여있다
조물주가 인생을 혼자 왔다 홀로 가게 만든
만큼 고독이 나쁜 것만은 아닐 터
무던히 연습해도 갈 땐 서툰 것을
게으른 탓 주어진 세 끼도 챙기지 못하고
고독만 씹는 업보에 비실비실.
2020.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