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가을
농익은 가을
고송 정종명
거창읍 학동 은행나무 잎 농익어
황금색 융단으로 자리를 깔았다
아름드리 나목 근엄한 자태가
내 어릴 적 할배의 명주 두루마기
입으시고 뒷짐 끼고 서 계신 듯
연수寺 은행나무 육백 성상 이어온
절개에 소침해지는 객
굳은 절개 실바람에 꺾여 여린
여성의 마음처럼 흩날리고
그리움도 품어 안는 저 넉넉한
통치마 자락 같은 원앙금침
가야산 자락 황금 도포 펄럭이며
군무를 펼치는 농익은 가을.
202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