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어버린 간이역
묵어버린 간이역
고송 정종명
해맑은 미소로 맞아주는 어머니
품속 같고, 사랑의 오작교 같았던
간이역 주홍글씨 색 바래 있다
속눈물 삼키며 사랑을 떠나보내고
고향 찾아오는 자식 미소로 맞던
추억은 묵묵부답 먼지만 덮여 잠들어 있다
승강장 옆엔 제철 가녀린 무희 같은 코스모스 꽃 방긋 춤추고 섰다
기적소리 대합실 거미줄에 걸려
더 이상 울리지 못하고 박제된 채
숙연한 이야기되어 발길 불러 세운다
새벽이면 푸성귀 보따리 산을 이루고
저녁이면 이야기보따리 대합실을 메워 살아 숨 쉬던 간이역
사내 자존심 때문에 붙잡지 못해
첫사랑 떠나보내고 아픈 추억 어린 곳
홀로 감당하기 힘든 추억의 앨범
넘기는데 어렴풋이 기적소리 귓가에 쓰친다.
2020.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