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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어버린 간이역

정종명 0 174 0

묵어버린 간이역


                            고송 정종명



해맑은 미소로 맞아주는 어머니 

품속 같고, 사랑의 오작교 같았던

간이역 주홍글씨 색 바래 있다


속눈물 삼키며 사랑을 떠나보내고

고향 찾아오는 자식 미소로 맞던

추억은 묵묵부답 먼지만 덮여 잠들어 있다


승강장 옆엔 제철 가녀린 무희 같은 코스모스 꽃 방긋 춤추고 섰다


기적소리 대합실 거미줄에 걸려

더 이상 울리지 못하고 박제된 채

숙연한 이야기되어 발길 불러 세운다


새벽이면 푸성귀 보따리 산을 이루고

저녁이면 이야기보따리 대합실을 메워 살아 숨 쉬던 간이역


사내 자존심 때문에 붙잡지 못해

첫사랑 떠나보내고 아픈 추억 어린 곳


홀로 감당하기 힘든 추억의 앨범

넘기는데 어렴풋이 기적소리 귓가에 쓰친다.


202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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