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불타는 거리
희망이 불타는 거리
고송 정종명
도심 빌딩 사이 간간이 쪽빛 들어
음침하고 삭막함을 몰아내고
외로움의 계절이 깊어간다
발길 뜸한 골목 오고 가는 계절이
마주 보고 서서 대치 중인데
그렇게 시월은 추억 속으로 들고
매연 들이키며 영걸은 은행열매
내동댕이쳐진 거리엔 쿰쿰한
내음이 공간을 메우는 시간
청하지 않아도 찾아온 계절
한 페이지 추억을 남기고 멀어져 간
계절은 여백을 쉬 접지 못하고
폐지 박스 몇 조각 싣고 힘겹게
리어카를 밀고 가는 노파의 허리에
세월의 무게가 한짐인 듯
촉촉이 젖어있다
우리의 엄마이며 가족이란 울타리의
주축이었던 노파의 가슴에는 뒤산 단풍잎 보다
아름다운 희망의 불꽃이 타고 있겠지.
202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