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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노래

정종명 0 208 0

억새의 노래


                         고송 정종명



옷 깃에 스며드는 젖은 삭풍이

영글어 무르익는 가지를 흔들며

색을 입히는 계절


여린 몸매에 질긴 잎새 은빛 꽃

뽑아올린 억새가 바람 안고

억샌 삶의 한 풀어 천상에

하늘하늘 손 흔들고 섯다


이를 듯 평화로운 산등선에

머리 풀고 앉은 할미 고된 삶을

펼쳐 놓고 젊은 날의 영화

그리움에 잠들지 못하고 

밤새 사부작사부작 뒤척인다


민둥산 넓은 분지 촘촘히 선 억새

깊어가는 가을밤 별빛 노래가 흥겹다.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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