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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정종명 0 188 0

노점


                            고송 정종명



한적한 골목 어귀

길 건너 높은 빌딩 거늘 뒤덮여

아직도 선잠 깨어 비툴 거리는 곳


중년의 부인 좌판 펼치는

빨간 고무 코팅 장갑 낀 손이

바지런히 과일을 소쿠리에 담지만

이른 아침 오가는 발길 뜸한데


주어진 일과 최선을 다해 열어가는

달뜬 가슴에 풍요를 꿈꾸며


하루를 버티기 어려운 노점

좌대 위엔 포도 두어 소쿠리

열 여듧 소녀 같은 사과 서너 소쿠리

막 연 밀감 박스에서는 새콤달콤한

향기가 손님 발길 잡을

채비로 골목에 눕는다


자동차 질주하는 대로변 골목 

폰 가게 모퉁이 펼쳐 논 좌판의

과일 수줍은 듯 홍조 띤 얼굴인데

주인인 중년 부인의 골진 얼굴에

수심愁心이 드리워져 있다


하루의 품삯을 셈할 수 없는 좌대의 

싱싱한 과일 향기 싱그럽고


뜨거운 햇살이 좌정하고 앉아

오가는 길손 발길 붙잡으러 아물거린다.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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