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노점
고송 정종명
한적한 골목 어귀
길 건너 높은 빌딩 거늘 뒤덮여
아직도 선잠 깨어 비툴 거리는 곳
중년의 부인 좌판 펼치는
빨간 고무 코팅 장갑 낀 손이
바지런히 과일을 소쿠리에 담지만
이른 아침 오가는 발길 뜸한데
주어진 일과 최선을 다해 열어가는
달뜬 가슴에 풍요를 꿈꾸며
하루를 버티기 어려운 노점
좌대 위엔 포도 두어 소쿠리
열 여듧 소녀 같은 사과 서너 소쿠리
막 연 밀감 박스에서는 새콤달콤한
향기가 손님 발길 잡을
채비로 골목에 눕는다
자동차 질주하는 대로변 골목
폰 가게 모퉁이 펼쳐 논 좌판의
과일 수줍은 듯 홍조 띤 얼굴인데
주인인 중년 부인의 골진 얼굴에
수심愁心이 드리워져 있다
하루의 품삯을 셈할 수 없는 좌대의
싱싱한 과일 향기 싱그럽고
뜨거운 햇살이 좌정하고 앉아
오가는 길손 발길 붙잡으러 아물거린다.
2020.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