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날 모르는데
내가 날 모르는데
고송 정종명
아직도 모르는 나
모든 것 안다 자부했는데
문득 생각하니 내 이름 석 자 외
아는 게 아무것이 없네
나무랄 것 빠질 것 없다 여겼던 자만심인데 허울 좋은 빈 껍데기
비굴한 아상만 가득했네
모나지 않는 삶의 페이지에
깨알같이 채워 두었던 증거인데
안개에 가린 듯 어디에도 없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헤매는데
나를 본 사람 어디 없나요?
눈먼 망아지 요령 소리 따라가 듯
허수아비를 나로 착각하고 산 허송세월
날 내가 모르는데 누가 날 알리오
낙엽 지는 계절 무르익는데.
2020.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