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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송 정종명 



곱게 빗은 생머리 허리춤 

찰랑이며 어린양 눈 망울처럼

우수에 찬 눈 부끄러워 

마주 보지 못하던... 


내 편이 되어 주던 신혼

아직도 설렘 그대론 데

무심한 세월 흘러

곱던 얼굴 주름 늘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었네


여보 그때가 생각 나오

전세 살다 아파트 사 이사하던

전날 밤 복받치는 감정에

뜬눈으로 이삿짐 사던 그날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눈 깜박할 새 세월 흘러 

할미 할배 되었네


나 만난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아등바등 한 덕분에

우리 여기까지 와 있네요


결혼 초 허리 다쳐 대 수술로

석 달 열흘 병원 생활

똥오줌 받아 내며 흘린 눈물

삶에 밑거름된 아린 세월


어느새 황혼에 기운 우리

얼마 남지 않은 인생길

두 손 꼭 잡고 맛보지 못한 행복

쉬엄쉬엄 즐기면서


마지막 길 외롭고 두려운 먼 곳

동무 되어 함께 가요.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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