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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매이지 않는 여유

정종명 0 221 0

얽매이지 않는 여유


                           고송 정종명



자유분방한 듯한 호박 덩굴손 

허공을 더듬으며 가는 길


저들만의 법칙과 규칙 따라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영특함


폭풍우가 내리면

자연스럽게 몸을 엎드린 채 순응하다

호된 질책 잦아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고개를 세우는 강인한 자존심


염천의 긴 하루해 서산에 걸리면

마른 목 축임 한 듯 잎줄기

기세 당당히 어둠을 헤집는 행군


하루가 눈을 뜨면 노랑꽃피워 벌 나비와

호탕한 사랑을 즐기는 저 여유로움


어느새 엉덩이 깔고 앉은 

늙은 호박의 우아한 자태가 복스럽다.


202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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