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이지 않는 여유
얽매이지 않는 여유
고송 정종명
자유분방한 듯한 호박 덩굴손
허공을 더듬으며 가는 길
저들만의 법칙과 규칙 따라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영특함
폭풍우가 내리면
자연스럽게 몸을 엎드린 채 순응하다
호된 질책 잦아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고개를 세우는 강인한 자존심
염천의 긴 하루해 서산에 걸리면
마른 목 축임 한 듯 잎줄기
기세 당당히 어둠을 헤집는 행군
하루가 눈을 뜨면 노랑꽃피워 벌 나비와
호탕한 사랑을 즐기는 저 여유로움
어느새 엉덩이 깔고 앉은
늙은 호박의 우아한 자태가 복스럽다.
2020.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