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운명
남자의 운명
고송 정종명
취한 듯 비틀거리는 하루가
기지개를 캐면 시루 따라
삶의 전투를 시작한다
전쟁터 보다 험난한 현장
녹슨 두뇌 굴리며 상관엔 아첨꾼
아랫사람의 눈치 보며
견디어 낸 파김치 된 하루
축 늘어진 몸 이끌고 보금자리
기어들면 여우 같은 아내
토끼 같은 자식 앞엔 너털웃음
심연에 응어리 쌓여 초췌한 육신
반주로 십은 소주 한 잔에
지친 하루를 보상받고 새우처럼
누인 몸 베갯잇 촉촉이 젖는다
가장이란 허울좋은 훈장의 무게에
짓눌린 어깨
허리 펼 수 없는 남자의 운명
오늘은 났겠지, 한 가닥 희망 품고
전쟁터 나가지만 총알 받이 된 나날.
2020. 10.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