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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운명

정종명 0 182 0

남자의 운명


                            고송 정종명



취한 듯 비틀거리는 하루가 

기지개를 캐면 시루 따라

삶의 전투를 시작한다


전쟁터 보다 험난한 현장

녹슨 두뇌 굴리며 상관엔 아첨꾼

아랫사람의 눈치 보며 

견디어 낸 파김치 된 하루


축 늘어진 몸 이끌고 보금자리

기어들면 여우 같은 아내 

토끼 같은 자식 앞엔 너털웃음

심연에 응어리 쌓여 초췌한 육신


반주로 십은 소주 한 잔에

지친 하루를 보상받고 새우처럼

누인 몸 베갯잇 촉촉이 젖는다


가장이란 허울좋은 훈장의 무게에

짓눌린 어깨

허리 펼 수 없는 남자의 운명


오늘은 났겠지, 한 가닥 희망 품고

전쟁터 나가지만 총알 받이 된 나날. 


2020.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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