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은 아름다워
유전은 아름다워
고송 정종명
일 보러 밖에 나갔다
현관 들어서면 깜짝 놀라는
마나님 왈
먼 길 가신 아버님이 오시는 줄
알았다고 혀를 내 두른다
육 남매 중 유독 판박이
걸음걸이 꾸부정한 허리
날카로운 얼굴은 복사본
난 아버님이 남기신 유품
거울에 비친 닮아도 너무 닮은
이 유전의 굴레 흑백 탁본 한 장
찌푸린 하늘이 무겁게 느껴지면
스스럼없이 비 설거지 서두르는
겉과 속도 판박이 모습에 섬뜩
자신도 놀라는 필사본
남의 것 도둑질할 수 없는 씨
배척할 수 없는 아름다움.
2020. 10.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