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향수
고송 정종명
우뚝 선 뒷산과
우듬지 어깨동무한 앞산이
마주 보고 서서 키를 겨루고
능선이 길게 발 내린 그림자
허리에 적삼처럼 걸려 있던
도시의 변방 오지라 누명 쓴 농촌
빈곤이 안개처럼 덮여 있고
헐벗은 아이들 숨바꼭질하던
정이 넘치던 골목이 미로 같았던
맑은 물 굽이굽이 구곡천 휘돌아
회동 수원지에 들고
물 좋고 땅이 기름져 쌀이 야물어
밥맛이 좋기로 소문났지만 빈촌
왔던 길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외길 막다른 마을
꼬불꼬불 갈치 고개 넘어온 바람
갈 곳 잃어 맴돌다
거미처럼 거문산 기어오르던 곳
지금은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
되었지만 명절이 되어도
고향 찾는 옛 친구 없음이 서글픈
청정의 대명사가 된 내 고향 곰내.
2020. 0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