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패
역전 패
고송 정종명
카랑카랑하던 목소리도
당당하던 기세도 한물간 중년
아프리카 초원의 맹수 수사자처럼
한 세대를 주름잡던 사내
머리털 성근 밤송이처럼 듬성듬성
빠지고 핏기 없고 위엄 잃은 눈매
오르막 있으면 내리막 있는 이치
역전된 전세 암사자의 날카로운
발톱과 잘 갈린 이빨이 두렵고
무서움에 기진맥진 움츠린 허리
당신 목소리가 세상 제일 아름답고
당신 없는 시간이 최고 슬프다고
납작 엎드린 아부로 내린 꼬랑지
무심한 세월 따라 사라진 위세
텅 빈 초원엔 냉랭한 바람만 불고
오매불망 수사자 암사자 귀가 시간 기다림.
2020. 0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