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사랑
묵은 사랑
고송 정종명
그대 향한 마음
좀도둑같이 어둠을 틈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스물의 나를 발견하네
그대 향한 내 마음이
굳을 만하면 흔들고 흔들 여
금 간 유리잔 같고
머릿속은 뒤엉켜 잡탕인데
첫 만남처럼 심장은
터질 듯 숨이 막혀 오고
별안간 몸에선 쉰내가 나고
아직도 그대가
내 삶에 일부라는 걸 알았을 때
나직이 탄식이 흘러나오지만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내력
오롯이 기록된 연서를 품고 있어
몹쓸 추억이라 치부해도
묵은 얘기가 수록된 심연에
윤슬처럼 피어오르는 그리움
색 바랜 그대와의 여운 휘리릭
스쳐가는 바람이 잊으라 하는데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네.
2020. 09.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