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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사랑

정종명 0 216 0

묵은 사랑


                         고송 정종명



그대 향한 마음

좀도둑같이 어둠을 틈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스물의 나를 발견하네


그대 향한 내 마음이

굳을 만하면 흔들고 흔들 여 

금 간 유리잔 같고

머릿속은 뒤엉켜 잡탕인데

첫 만남처럼 심장은

터질 듯 숨이 막혀 오고

별안간 몸에선 쉰내가 나고


아직도 그대가

내 삶에 일부라는 걸 알았을 때 

나직이 탄식이 흘러나오지만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내력

오롯이 기록된 연서를 품고 있어


몹쓸 추억이라 치부해도

묵은 얘기가 수록된 심연에

윤슬처럼 피어오르는 그리움


색 바랜 그대와의 여운 휘리릭

스쳐가는 바람이 잊으라 하는데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네.


2020.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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