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소묘
팔월의 소묘
고송 정종명
팔월의 붉은 태양이
길섶 목백일홍 나뭇가지에
수북이 내려앉은 팔월
개여울 웅덩이 물장구치는
아이들 물방개처럼 검게 탄 얼굴
오솔길 옆 자드락밭
고추들도 뜨거운 햇살에
살을 태워 붉디붉게
매운맛 들며 익어가고
고요를 쫓는 매미들 합창
짧은 구애의 몸짓에 고무줄처럼
늘어졌던 하루가 선하품하고
어느새 고추잠자리 몸에도
붉은 선홍색 가을 옷 두르고...
해가 뉘엿해지면 뒤뜰 가마솥
강냉이 삶는 내음 골목길에 퍼지면
주린 배에 구부러진 허리
열꽃 추억이 송골송골 땀으로
맺히는 한 여름날의 풍경.
2020. 09.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