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씨 부인
죽 씨 부인
고송 정종명
무겁던 발걸음 서녘에
붉은 보자기 깔고 뒤쪽아 오는
어스름을 끌어 덮는 시간
평생을 눕지 못하는 꼿꼿한 성정
어둠이 몰고 온 피로에 흔들흔들
몸을 푸는 죽 씨네
모 죽에서 발현된 곧은 절개
속을 비워 세상 풍파를 품었기에
쓰러져도 부러지지 않는 강단
불볕이 쇠뿔도 녹이는 복더위
싸늘한 죽부인의 몸을 품고
사랑에 단잠 드는 행복한 밤
사시사철 서늘한 바람이 일어
댓잎의 서걱거림에 소름 돋아
오삭한 기운 감도는 죽 씨 가문
곧고 차가운 성질 품은 죽 부인
삼복 한철만 반기는 비련의 여인.
2020. 0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