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지금
엄마는 지금
古松 정종명
고생 끝에 부귀영화 온단 허울 좋은 말
마냥 좋기만 하지 않는 빛바랜 세월
여럿 자식 빨아먹어 바람든 무
속같이 구멍 숭숭 실 바람에도
흔들리며 홀로선 엄니의 신음소리
골수까지 주고 허깨비 같은 빈 집
자갈밭에 수레 굴러가듯 요란한
비명에 속수무책 넋 놓고
했던 말하고 또 하고 좋았던 기억보다
얼룩진 상처만 남아 쉬 아물지 못해
노병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가혹해
엉킨 실타래 같은 어둠 속을 헤매고
거머리처럼 빨아먹어 빈 섬이 된
늪에 빠져 헛도는 바퀴 같은
작금의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히 안갯속을 걷는 엄니.
2020. 0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