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의 축가
호박벌의 축가
古松 정종명
햇살의 가지가 울타리 넘어 뒤뜰에 누웠다
물컹한 공기가 하루의 수고를 예측하고
축 늘어진 호박 덩굴에 노오란 호박꽃 아래
아가 하늘을 받혀이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꿈꾸고 있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입술 앙다문
꽃잎을 보니 필시 큰 대사를 치른 모양새다
감미로운 축가가 끝난 후 부끄러워
돌아앉은 엉덩이가 싱그럽다
호박벌의 간지러운 애모가 없었다면
시들어 고별을 고하고 말았을...
위대한 사랑의 아름다운 강을 건너
힘찬 전진하는 아가의 긴 여로.
2020. 0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