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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벌의 축가

정종명 0 256 0

호박벌의 축가


                                 古松 정종명



햇살의 가지가 울타리 넘어 뒤뜰에 누웠다


물컹한 공기가 하루의 수고를 예측하고 

축 늘어진 호박 덩굴에 노오란 호박꽃 아래 

아가 하늘을 받혀이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꿈꾸고 있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입술 앙다문

꽃잎을 보니 필시 큰 대사를 치른 모양새다

감미로운 축가가 끝난 후 부끄러워

돌아앉은 엉덩이가 싱그럽다


호박벌의 간지러운 애모가 없었다면

시들어 고별을 고하고 말았을...


위대한 사랑의 아름다운 강을 건너

힘찬 전진하는 아가의 긴 여로.


2020.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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