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맞는 옷
내 몸에 맞는 옷
古松 정종명
잠자리 날개 같은 옷 한 벌 입은
천사가 환상의 꿈결처럼 걷고 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추하지도 않는 제 몸에 딱 맞는 옷 한 벌
입는 게 유일한 원이었는데 어쩌다 아직도
맞춤 같은 옷을 찾지 못한 아둔한 나그네
숨 막히는 경쟁의 삶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산
세월 꼭꼭 숨어버린 술래를 찾아 방황한
거리는 셈할 수도 없음을 깨달았을 땐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왠지 어색한 몰골이었다
내 몸에 맞는 한 벌의 옷을 짓기 위해 수없이 자르고
기워 만든 옷들 내 것이 아닌 남의 옷뿐이었다
여벌의 옷도 필요치 않는 오직 내 몸에 맞는 한 벌의 옷을 찾아...
정신 차려 바라본 자아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각진 세상의 모진 풍파를 받아낸 석상처럼 서있다
거추장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내 몸에 딱 맞는 옷 한 벌 어디에.
2020. 0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