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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할미꽃

정종명 0 279 0

동강 할미꽃


                               古松 정종명



상고대가 날카로운 휘파람 불면

뼈가 굳어 불구의 몸이 되는 강물


깎아지른 듯 우뚝 선 화석 틈새

뿌리내린 잡초 같은 할미

묵은 검불 이불 뒤집어쓰고

뽀송뽀송 털 모자에 햇살 바라기

고개가 꺾여 애잔하다

벼랑에 할미를 알현할 길손의 부푼

가슴을 채워줄 계절

우듬지 기어오르는 바람의 간이

밋밋해지면 동강 물줄기 몸을 

풀어 내리고 한양 길 뗏목 꾼

구수한 아리랑에 하루해가 짧던

옛 얘기 서린 곳


강기슭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에 희망이 열리면

백설에 길 끊긴 시집간 딸 그리워

사립문에 눈이 물러 터지고

얼반 죽었다 다시 살아나

새살림을 어울리는 강 속도 어미의 

젖줄을 물고 혈을 돌릴 즈음


이끼 앉은 벼랑 입에 물고 뽀얀 솜털

목도리 하고 봄맞이 나온 동강할미꽃.


2020.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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