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할미꽃
동강 할미꽃
古松 정종명
상고대가 날카로운 휘파람 불면
뼈가 굳어 불구의 몸이 되는 강물
깎아지른 듯 우뚝 선 화석 틈새
뿌리내린 잡초 같은 할미
묵은 검불 이불 뒤집어쓰고
뽀송뽀송 털 모자에 햇살 바라기
고개가 꺾여 애잔하다
벼랑에 할미를 알현할 길손의 부푼
가슴을 채워줄 계절
우듬지 기어오르는 바람의 간이
밋밋해지면 동강 물줄기 몸을
풀어 내리고 한양 길 뗏목 꾼
구수한 아리랑에 하루해가 짧던
옛 얘기 서린 곳
강기슭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에 희망이 열리면
백설에 길 끊긴 시집간 딸 그리워
사립문에 눈이 물러 터지고
얼반 죽었다 다시 살아나
새살림을 어울리는 강 속도 어미의
젖줄을 물고 혈을 돌릴 즈음
이끼 앉은 벼랑 입에 물고 뽀얀 솜털
목도리 하고 봄맞이 나온 동강할미꽃.
2020. 0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