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삶
길 위의 삶
古松 정종명
바쁜 듯 종착역을 향해 긴 인생 열차가 달리고 있다
지나온 간이역에서 이것저것 욕심껏 챙겨온 잡동사니들이 때론 몸과 마음을 버겁게도, 삶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원래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긴 여행길 필요에 따라 모으고 간직한 얄팍한 것들 놓치고 잃어버리면 죽는 줄 알았는데...
내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하나 둘 흩어지고 기억이란 곳간이 허물어진다
산지사방 흩어진 메아리처럼 제자리로 돌아가고 산골짜기에 홀로 남겨진 듯 덜컥 겁이 난다
깜박깜박 꼬마전구처럼 방금 가지고 있던 것 찾아 헤매는 시간 잦아지고
헛헛한 가슴은 원래의 빈 상태로 돌아가나 보다
뇌리에서 떠난 자식 같은 것들
어디서 길 잃고 헤매며 추위에 떨고 있지나 않을까
헛걱정을 싣고 열차는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후진을 모른 채 직진만 하는 열차에 몸 맞긴 집시 인생 지그시 눈 감고 주변 풍광을 즐길 뿐.
2020. 06.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