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봄나물 (1,370)
古松 정종명
보릿고개 참혹했던 시절 꿈에
볼까 두려운데
죽은 부지깽이가 살아나 산을 이룬다는
계절은 덤불에 걸려 미적거리며 세월을 세고 섰다
초목 같은 푸른 잎들 대침같이
뾰족뾰족 고개 든 순, 지친 입맛을
자극하여 갈증을 더하고
한 서린 시집살이 매운 고추보다 매워
눈물에 얼룩진 날들 물먹은 종이처럼
눅눅하고 이끼 낀 석돌처럼 퍼석하니
뒷산 그늘 속에 누워 있다
초근 모피로 연명한 늙어간 시간들
기억 속에 아련한데 약으로 대접받는 아이러니한 세상
이른 봄을 청해 그믐밤같이 무겁고 찍찍했던 나른한 몸에 젊은 풀 먹여 발걸음 가벼이.
2021. 0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