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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

박성렬 2 761 0

제목 : 봄으로 가는 길목


                                       동녕헌 박성렬


지리한 겨울의 흔적이

아직도 두텁게 남아있는 들녘 

긴 둑과 기찻길이 교차되는 지점에 

길손들의 안식처인 

외딴 주막집 한 채.


돌아오지 않는 이를 그리워하며

한 밤을 태우고 태우던

새하얀 달빛이

물안개 자욱한 강물 위에 와서

서럽게 서럽게 부서진다.


겨울을 실은 무거운 열차는

낙동강변을 달리고

원동역 가는 외줄기 산길에

울려퍼진 기적소리에 놀란

물오른 강버들이 겨울을 내쫓는다.


잠 못이루는 밤에

강가를 배회하던 그림자마다

강물에 지고 달빛에 지더니

밤새도록 베갯잇만 여미다가

끝내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지난 봄 뻐꾸기 울던 날

둘이서 이 길을 함께 걸었건만...

끝내 종착역으로 내달리는

열차의 질주 앞에서도 임은 아니오고

봄만 어김없이 지름길로 찾아온다.

2 Comments
박성렬 2020.04.10 01:56  
봄이 오는 길목
원성일 2020.04.12 14:09  
선생님 詩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