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제목 : 봄으로 가는 길목
동녕헌 박성렬
지리한 겨울의 흔적이
아직도 두텁게 남아있는 들녘
긴 둑과 기찻길이 교차되는 지점에
길손들의 안식처인
외딴 주막집 한 채.
돌아오지 않는 이를 그리워하며
한 밤을 태우고 태우던
새하얀 달빛이
물안개 자욱한 강물 위에 와서
서럽게 서럽게 부서진다.
겨울을 실은 무거운 열차는
낙동강변을 달리고
원동역 가는 외줄기 산길에
울려퍼진 기적소리에 놀란
물오른 강버들이 겨울을 내쫓는다.
잠 못이루는 밤에
강가를 배회하던 그림자마다
강물에 지고 달빛에 지더니
밤새도록 베갯잇만 여미다가
끝내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지난 봄 뻐꾸기 울던 날
둘이서 이 길을 함께 걸었건만...
끝내 종착역으로 내달리는
열차의 질주 앞에서도 임은 아니오고
봄만 어김없이 지름길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