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겨울나무
원성일
시를 쓰는 날과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에
상상과 현실의 가지를 드리운다
오후의 햇살 틈으로 투명한 바람은 머물다 고이고
초록 푸른 날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떨어진 잎새마다 뒹구는 보고픈 얼굴들
눈 떠 보면
이름을 잃은 행인들이 무척추동물처럼 검은 마스크를 하고 지나간다
안스러운 마음에 뺃고 가는 숨을 가늠하면
사는게 힘들다는 말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절로 나오는 말
한 때는
일곱개의 칠성초를 밝히며 직립의 꿈도 꾸었을 나무들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빛에 환희 어리는 모습들
앞모습은 밝으나 뒷모습은 어두워
고요와 침묵 속에 별빛이 내려와 앉는다
이겨내야 한다
20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