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씨의 하루
W씨의 하루.
원성일
찰나의 공기 중에 삶이라고 써본다
문득 W씨가 떠오른다
W씨는 운동을 싫어 한다
W씨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수영을 좋아한다고 했다
15년 동안 초급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있다고 했다
내 삶 또한 그러하다
지금의 내 모습은 아직도 초급반의 W씨다
수영장에 가면
제일 먼저 준비운동을 하고
풀에 들어가서는
온 몸에 물마사지를 하고 난 후
오른팔 왼팔 올리고 내리면서
물을 안아주고
왼다리 오른다리 박자 맞춰 올리고 내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음파 호흡하는 것
새벽에 잠이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어제 묵은 일과를 아침에 뽑아내고 나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면도를 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알람이 울린다
"좋은 아침입니다"
펜티를 입고
바지를 입고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양말을 신고
양복 윗도리를 입고
방을 나선다
준비는 끝났다
차의 시동을 건다
W씨는 수영 종목 중에서 자유형이 제일 좋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름이 자유라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다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핸들을 돌린다
그리고 다시
음파 음파
호흡을 한다
202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