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의 한잔 커피
부산 해운대의 한 잔 커피
원성일
그윽한 느낌 담은
커피 한 잔 생각에
부산 해운대로
한 시간 달려서
백사장에 도착하니
늦은 시간 아베크족들
서로 어깨 기대고
손 마주 잡고
요점 정리된 플랭카드처럼
펄럭이다
도심의 불빛 속으로
삼삼오오 사라진다
하늘엔
보름같은 달이 떠 있고
발 아래엔
금모래빛 백사장의 접지선으로
긴 한숨 토해내며
하얀 포말로 밀려왔다 밀려 가는 파도
바람은 내밀한 언어로 귓가를 간지럽히고
백사장 뒷편
길게 늘어선 송림 안의 옅은 어둠은
끈끈한 습도
알알이 맺히는 폭염 속에
말없이 돌아서고
때 늦은 오춘기 소년은
상상의 나래 펼쳐
저 수평선 너머로
날아간다.
2016.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