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11
잎새11
-1991년 12월-
또 공기를 흩트려 놓았다
바늘구멍의 길은
편도 1차선 갑작스런 덤프
트럭의 추월보다 더 무섭고 겁나는
백지 위의 저녁
이 빠진 문장 틈으로 증발한 시간의 공기를
손끝으로 짚어대며 찾아 다녔다
그 무렵 선배의 두개골 상단에선
밤마다 식용 달팽이들이 금화를 낳고
멜빵으로 걸어둔 눈물빛 날개에선
나도 모를 슬픈 별이 뜨곤 하였다
간 밤엔 손뿐인 겨울바람
앞에 멍든 눈 감추며
붉은 불빛
어두운 자궁 속으로 숨어 들었다
소리에 민감한 쥐들은 밤새 벽을 갉아대고
길 건너 20원 공중전화기로 인연을 더듬어면
더듬은 자리마다 흰 깃발로 서성이는 그림자
그 날 밤은
외발 비둘기 깃털로 새벽을 부르고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연약한 새털 꿈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