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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11

원성일 0 720 3

잎새11 

-1991년 12월- 



또 공기를 흩트려 놓았다 

바늘구멍의 길은 

편도 1차선 갑작스런 덤프

트럭의 추월보다 더 무섭고 겁나는 

백지 위의 저녁

이 빠진 문장 틈으로 증발한 시간의 공기를 

손끝으로  짚어대며 찾아 다녔다

그 무렵 선배의 두개골 상단에선

밤마다 식용 달팽이들이 금화를 낳고

멜빵으로 걸어둔 눈물빛 날개에선

나도 모를 슬픈 별이 뜨곤 하였다


간 밤엔 손뿐인 겨울바람

앞에 멍든 눈 감추며 

붉은 불빛

어두운 자궁 속으로 숨어 들었다

소리에 민감한 쥐들은 밤새 벽을 갉아대고

길 건너 20원 공중전화기로 인연을 더듬어면

더듬은 자리마다 흰 깃발로 서성이는 그림자


그 날 밤은 

외발 비둘기 깃털로 새벽을 부르고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연약한 새털 꿈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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