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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여인

김영주 0 485 0



         


                빗속에 여인


                            인연/ 김영주



그날 밤은 추웠고

비가 내렸다

유혹의 손길 어둠에 못 박고

쓸쓸한 외투에 숨겨진 목젖 꺼내며

기다림을 외치지만

소낙비에 세 걸음 못가 사라진다


선명한 구두 소리에

쫑긋 세워진 엷은 귀 내어주며

비에 젖은 눈빛에 힘을 주어

소리의 옷깃 가까워지는

희미한 그림자 훑어본다


그녀는 비가 되어

넘치는 물살에 휘감긴

누런 낙엽 투 툭 치다 떠밀려

한 줄기 빛을 잡고 일어나

절인 배추처럼 축 처진

입술 떼며 바람에 전한다


네가 기다린 만큼

나는 더 많은 곱셈을 하였노라

꽃으로 만나 꽃비로 헤어질 때도

돌아선 네 등에 흘린 눈물

그때도 비가 내렸지

사랑은 소낙비처럼 젖는 고결함이라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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