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여인
빗속에 여인
인연/ 김영주
그날 밤은 추웠고
비가 내렸다
유혹의 손길 어둠에 못 박고
쓸쓸한 외투에 숨겨진 목젖 꺼내며
기다림을 외치지만
소낙비에 세 걸음 못가 사라진다
선명한 구두 소리에
쫑긋 세워진 엷은 귀 내어주며
비에 젖은 눈빛에 힘을 주어
소리의 옷깃 가까워지는
희미한 그림자 훑어본다
그녀는 비가 되어
넘치는 물살에 휘감긴
누런 낙엽 투 툭 치다 떠밀려
한 줄기 빛을 잡고 일어나
절인 배추처럼 축 처진
입술 떼며 바람에 전한다
네가 기다린 만큼
나는 더 많은 곱셈을 하였노라
꽃으로 만나 꽃비로 헤어질 때도
돌아선 네 등에 흘린 눈물
그때도 비가 내렸지
사랑은 소낙비처럼 젖는 고결함이라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