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감추고 사셨다
어머니는 감추고 사셨다
인연/ 김영주
드센 겨울바람에 군소리 내는 문고리
유난 떠는 윙윙 소리에 깬 새벽
어둠 밟고 기침하신 어머니
허름한 두건으로 시린 귓불 숨기신다
어머니 머리 위에는 아침부터
해 질 녘 지나 달빛 들칠 때까지
무거운 삶에 치대는 철없는 투정의 가시에 찔려
마른 눈물에 웃는 삐뚤어진 치아만
뽀얗게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앉아 타박 내는 노랫소리
생소한 창법에 저녁밥 지어 올린 행주치마
구정물로 얼룩진 어머니는
그렇게 주린 배 감추며 부지깽이 생명 태우셨다
남 구하러 가세
남 구하러 가세
삭도 가지 열린 숲에 보물 있다네
어머니의 유일한 학교였다
구속과 상념도 없는 낙원
유일하게 흘릴 수 있는 눈물의 고향
어머니 숲은 늘 초라했지만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실낱같은 저고리 고름에 묶인 행상
헐렁한 바지 속 살갗 곱다 믿었는데
송진 딱지 덤 지한 노송이었네
황톳빛 익는 날에 둥근 모습 고왔고
긴 밤 삭히는 이불 속은 냉랭한 쓴웃음
고단한 팔베개에 흐르는 전율
나는 그 품이 따뜻하기만 했다
김매는 고랑에서 익는 여름은 불가마 같지만
어머니는 떡시루 만지듯
이랑에 잡초를 쪄내시며 시인이 되었다
어머니만의 낭송은 영역을 넘나드는
시구들로 생소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소리였으며
삶을 감추고 사셨던 고향의 봄
어머니 노을에 시를 적는 붓으로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