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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이 남긴 흔적

정구화 0 423 0

타깃이 남긴 흔적


/ 門下



계시오 계십니까

아무도 없어요

빈 집에 배달된 굴비 한 짝


택 배달원의 목소리가

담을 넘었고

눈치를 보던 길고양이도

담을 훌쩍 넘는다


대청마루 끝에 놓인

맛있는 굴비상자

쥐가 눈치를 채는 밤은

저 먼 밖에 머물고

두 눈 멀쩡히 뜨고도

알지 못하는 까치는

굴비에 참 맛을 모른 채

사과 밭으로 납신다


포장지를 갈기갈기 찢고

한 마리 냉큼 낚아 채

넘은 담을 다시 넘는 도둑고양이

먹는데 걸린 시간은 0.5초

한 쌍이 다시 나타나

사이좋게 한 마리씩 입에 문다


쪽대문이 삐거덕

쥔장의 눈동자에 불이 났다

내 이놈들을 당장에 ,,,

풀 섭에 둘러앉아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

길고양이 가족


눈에 들어오는 건

새끼 고양이들의 야윈 모습

쥔장이 눈을 감고 뒤돌아서

손에 들려 쥔 빗자루로

흔적들을 하나 둘 지워나간다


쥔장에 환해진 얼굴빛

빗자루는 그저

흔적을 지우는 도구였을 뿐

그 어떤 타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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