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이 남긴 흔적
타깃이 남긴 흔적
/ 門下
계시오 계십니까
아무도 없어요
빈 집에 배달된 굴비 한 짝
택 배달원의 목소리가
담을 넘었고
눈치를 보던 길고양이도
담을 훌쩍 넘는다
대청마루 끝에 놓인
맛있는 굴비상자
쥐가 눈치를 채는 밤은
저 먼 밖에 머물고
두 눈 멀쩡히 뜨고도
알지 못하는 까치는
굴비에 참 맛을 모른 채
사과 밭으로 납신다
포장지를 갈기갈기 찢고
한 마리 냉큼 낚아 채
넘은 담을 다시 넘는 도둑고양이
먹는데 걸린 시간은 0.5초
한 쌍이 다시 나타나
사이좋게 한 마리씩 입에 문다
쪽대문이 삐거덕
쥔장의 눈동자에 불이 났다
내 이놈들을 당장에 ,,,
풀 섭에 둘러앉아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
길고양이 가족
눈에 들어오는 건
새끼 고양이들의 야윈 모습
쥔장이 눈을 감고 뒤돌아서
손에 들려 쥔 빗자루로
흔적들을 하나 둘 지워나간다
쥔장에 환해진 얼굴빛
빗자루는 그저
흔적을 지우는 도구였을 뿐
그 어떤 타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