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입술
분홍빛 입술
/ 門下
설한을 견뎌낸
가지 끝 분홍 빛깔 진달래야
너의 입술이
가냘프게 보이는구나
내 못난 얼굴
너의 볼에 비비고 싶어도
네 고운 입술에
행여나 상처 입을까 두려워
널 그저 지켜볼 뿐이란다
찢어질 듯한
매서운 찬바람에 맞서 싸워
지쳐 몸부림치며
꽃을 피운 분홍 진달래
생강나무 색노란 꽃피워
홀로 외로워할 때
추위를 견뎌내며 일찍이
꽃을 피우려 하는 네 모습에서
나는 나는
참 사랑을 보았단다
먼 산위를 덮은 백설
초목들도 잠든 이른 시각
인내에 한계점을 알리는 초침
햇살 드리워진 날망에
곱디곱게 피어난
너의 분홍빛 입술에 살포시
입맞춤하련다
고고한 자태
탐스런 너의 입술
길 나선 나의 발목을 묶어버린
진달래야 분홍 진달래야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나 푸른 솔되어
네 곁에 영원토록 머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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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망
(언덕 위를 뜻하는 충청도 사투리)
*초침
(기다림이 필요치않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