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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솔 나무

정구화 0 434 0

외솔 나무

(노장부에 일기)


/ 門下



하늘에 뜬 반달도

날이 차면 둥근 달이 되거늘

내게 남은 시간 속엔

언제나 반달뿐이라네


유리창에 서린 김에

그 이름 써보지만

내 님은 벽에 걸린 초상화요


까닭도 모른 채 사라진

강바닥에 흩어진 님 따라

묵묵히 흐르는 저 강물에

내 마음 두둥실 떠


물결 위에 뜬 담배연기

떠난 님 따라가던 길로 사라지고

쭈뼛한 바위틈 외솔 나무

바람에 처량도 하다


달이 가고 해가 떠도

저 외솔 나무 푸른 가지

녹슬지 않건만

삐거덕대는 이내 심사

가지마다 누렇게 변한 혈색에

검버섯만 피는구나


구름아 나도 따라

저 높은 구릉지대를 지나

우뚝 선 바위틈

외솔 나무 되어 영원불멸 토록

마주하고 싶구나


연지 곤지에 두른 족두리

상투 틀어 눌러쓴 두건

반쪽 반쪽이 푸른 들판에서 만나

한쪽을 이루던 님을

어느 해 질 녘에 마주하련가


님아 님아

바람 따라가버렸소

구름 따라가버렸소

나 어이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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