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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비애

정구화 0 402 0

나비의 비애(悲哀)


/ 門下



햇살이 식어가는 밤

잠에서 깨어난 나비 한 마리

깜빡대는 네온 불빛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고

부킹 천국의 문이 스르르륵

열린다


화려한 조명이

현란하게 뿌려지는 무대

중앙탑에 회전목마

불숙 튀어 오르고

나신에 가까운 나비 한 마리

금빛 찬란한 긴 머릿결

고개를 젖힌다


일탈은 하회탈이요

가면을 쓴 무희 몸동작에

점점 빠져드는 새끼 사슴들

의젓한 양들의

깨져버린 침묵의 눈동자가

야수로 변해가는 모습에

나비는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시간은 새벽으로 치달아

불야성에 조명이 하나 둘 꺼지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난장판으로 변한 널찍한 홀

싸늘이 식은 테이블 위에

주인 잃은 와인잔이 홀로 앉아

낮은 숨을 내쉰다


야화들이 사라진 새벽녘

회전목마가 잠에 취한 시각

반라의 몸으로 기진맥진

한숨을 내쉬는 나비 눈가에 흐르는

슬픈 눈물은 한 방울 두 방울

반쯤 담긴 와인잔에

톡~  톡~  톡~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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