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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리라

정구화 0 499 0

나는 가리라


/ 門下




장인의 거친 손놀림은

풀무를 돌리고

바람은 뼈보다 견고하다못해

부서질 것 같지 않은

쇠를 녹여 물처럼 다룬다


바람이 화가 난들

기왓장들을 거둬내고

고목을 부러트리는 것이

전부려니 했는데

쇠를 녹이는 힘을 가졌다


끓는 쇳물에

견뎌내는 것이 있을까

그건 바로

산자의 마음이요

죽은 자에 영혼이다


그대라면

멀쩡한 정신으로

도깨비가 다니는 밤길을

지날 수가 있겠는가

어림없는 소리


상상하기조차도 힘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른다지만

그대 위해 눈물 흘린 님께서

음산한 여울 골에 갇혀있다면

도깨비가 지키는 길목인들

어이 못 가랴


비롯 亡者가 될지라도

그대 곁으로 나는 가리라

그곳이 천 리 먼 길

쇳물이 흐르는 강 일지라도 가리라

넘고 넘어 나는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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