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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빛에 물든 새

정구화 0 381 0

황혼빛에 물든 새


/ 門下



수줍음도 잠시

우아한 날개를 펼치고

처녀비행에 성공

모두에게 갈채를 받는다


황홀한 비행도

그리오래 가지 않아

어느덧 비에 젖어

밤새 소름 돋는 날이 많아졌다

그 얼마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했을까


영광에 상처를 안고

오대양 육대주를

밤낮 쉼 없이 날아다닌 새

윤기 흐르는 깃털이 펄럭이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안돼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뱃속엔 이란성 쌍둥이들이

바다를 건너고 있잖아


처녀비행에서

병든 날개를 접기까지

강풍에 비틀거리다 불시착

적지 않은 우여곡절 끝에

세계 일주의 영광을 안았다


오늘은 병저 눕는 날

비행이 불가하다는

종합병원 의사 소견서가

황혼빛에 물든 몸 곳곳에 붙었다

으깨지고 분해되어

새로이 탄생이 될 운명


떠나는 길에

튼튼한 장기는 기증하고

또다시 싱싱 나는 꿈을 이어간다

늙고 병들어 나약한 너의 몸짓

난 그런 네가 부럽다


다시 태어날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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