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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막

정구화 1 588 0

원두막


/ 門下



사방이 뻥 뚫린 들판에

원두막 홀로 자리 잡고 앉아

새참이고 오는 아낙을 기다리는가

이삭 줍는 각시를 기다리는가


메뚜기 날아드는

논둑길이 내겐 오솔길이요

물앵두 향기 날아올라

노란 꽃망울 터트린 유채밭은

산책로가 아니던가


구름 두둥실 지나는 원두막이

내게 천국이거늘 예를 두고

어디엔들 예 같은 곳이 있다고

길을 나서겠는가


비가 오면

처마 끝에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청개구리 자두나무 잎새 눌러쓰고 앉아

노래하고 새빨간 고추 내놓은 채

걸터앉아 강바람에 몸을 말리던 원두막


뒤뚱뒤뚱 물오리 가족

논바닥을 휘저어 물질하는

저 모습을 접어두고 빌딩 숲에 앉아

아기 송아지 젖 달라 보채는

모습을 그려 볼 일이 있겠는가


청춘도 있고 사랑도 머무는

만물의 숨소리 깃든 원두막에 앉아

수박 모자 쓰고 들녘을 바라보니

저 들판이 각시 품 인양 따사롭구나


1 Comments
윤석진 2020.06.12 23:50  
청춘도 사랑도 머물던
원두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