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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종이가 무겁다

정구화 1 506 0

얇은 종이가 무겁다


/ 門下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평소와 달리 숨소리가

멈춘 듯 거칠게 느껴진다


쉬는 건지

내뱉는 건지 알 수 없는 콧방귀만

쉴 새 없이 뀌어대고 있다


휴지통에 던져지는

잘린 나무들의 종잇장들임에도

슬퍼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은연 듯 떠올라

한 그루에 나무를 살려보려

무던히 애써보지만

자꾸만 자꾸만 잘려나간다


어느샌가 모르게

포만감에 인상을 쓰고 있는 휴지통

생명이 숨 쉬는 나무를

자르고 잘라낸 귀한 존재임이

느껴질 무렵


묵직하게 들어 올려진

한 장의 종잇장

이제서야 나무도 편히 숨을 쉬고

나도 안정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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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쓴다는 것은

두레박으로 퍼올린 샘물일지라도

쉬우면서 쉽지가 않음을 매번 느낀다

1 Comments
윤석진 2020.06.06 08:36  
얇은 종이가 무겁다
시어가 참으로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