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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고 사랑한 여인들

정구화 2 829 0

내가 안고 사랑한 여인들


/ 門下



계곡 아래로부터 숨을 헐떡이는

내 몸을 힘껏 밀어주고

젖은 등 안타까워 배낭을 들어주며

부채질도 마다않는 바람의 여인


나무들의 속삭임을 들으려

귀를 대고 안아도 보고 잘 있었니

또 만났구나 얘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하늘 피부 맑은 정상이다


맑은 공기로 배 채운 몸이 두둥실

깃털 없는 날개를 펼쳐 들고

바위 끝에 서서 주문을 외운 뒤

바람 타고 높이 날아오른다


저 아래 남겨진 흐뭇한 흔적들

자연은 나를 포근히 안아주고

나는 장다리 나무가 아닌

머릿결 곱게 물들인 여인을 안았다


다리가 굵은 이름 모를 여인

병마를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는,

손목이 가늘고 어여쁜, 

키도 작고 등이 살짝이 굽은, 

다래 넝쿨로 아름답게 치장한 여인

힘줄을 드러낸 채 

객들에게 짓밟혀 앉아 우는 여인


이 모두는 내가 안고 즐기며 

보듬고 사랑한 천혜 여인들이라네

2 Comments
윤석진 2020.05.31 10:25  
안은 여인을 어째 다 기억하나요
생각나도 기억은 무덤까지...ㅎㅎ
정구화 2020.05.31 11:08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사랑했기에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