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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철대문

정구화 1 682 0

굳게 닫힌 철대문


/ 門下



백기 아닌 피 묻은 깃발 위에

쓰러지고 널브러져

처진 눈 밑 날선 실금 줄기엔

떨림의 눈동자 두더지가 휘돌아

지나가도 요지부동인데


막아선 들 붙잡아본 들

오랜 세월 묵혀본 들

녹슨 철문엔 담쟁이 줄기조차

맥 빠져 오르지 못하고 있다


CcTv가 없던 시절

걸어 다니는 카메라의 셔터는

불을 내뿜고 유혈 영상은

영원토록 삭지않는 필름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음에도

모르쇠 모르쇠 

내 눈은 까막 눈 일세


하늘도 땅도 울던 그날을

기억조차도 못 한다고

문을 열지 않는 녹슨 철대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만천하가 알고 있음에도

굳게 닫힌 철대문은 느그적 흐느적

모르쇠 모르쇠 나는 모르쇠

죽어도 모르쇠로 일관


국법은 부재중이요

민중의 지팡이는 힘을 잃어가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은 줄고 있다지만

정작 그때의 기억은 어찌 잊힐 소냐


고물상 주(장의사)만 녹슨 철문이

넘어갈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

염라대왕도 심복인 

저승사자들을 데리고 외출 중이다


굳게 닫힌 녹슨 철대문을 열어 젖힐

유혈낭자한 시뻘겋게 피묻은 열쇠는

왜 여태 찾지를 못하고 있는가

1 Comments
윤석진 2020.05.22 21:15  
모르쇠
바람이 철문을 흔드는 밤에는